꿀밤나무아래/John
연습 또 연습
꿀밤나무
2012. 5. 19. 20:20
‘클라리사’는 그저 평범한 13세 소녀입니다. 호주의 음악심리 연구자인 게리 맥퍼슨과 제임스 렌위크는 이 아이의 클라리넷 연주 실력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과학적 측정과 적성검사 결과 음악적 재능은 거의 없었습니다. 좋은 귀를 타고나지 못한 데다 음감도 평균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이 아이가 비범한 행동을 했습니다. 5분 54초 동안 연주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가 10배나 빨라졌다. 실수를 집중적으로 고치고 정확한 음을 연주했습니다.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때가 있습니다. 맥퍼슨 박사는 “신경계의 독특한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인간의 기술은 미세한 전기신호가 사슬처럼 연결된 신경섬유를 통해 이동하면서 습득됩니다. 이 과정에서 신경섬유를 감싸는 절연 물질인 미엘린이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전기 신호가 새지 않도록 구리선을 고무 피복으로 감싸서 신호를 더 강하고 빠르게 만드는 원리와 같다. 미엘린층이 두꺼워질수록 절연 효과가 커지고 생각과 동작도 더 빠르고 정확해집니다. 그러니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수록 기술은 더 향상됩니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 대니얼 코일은 “재능이 폭발하는 특별한 규칙인 '탤런트 코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심층 연습과 점화(재능 폭발), 마스터 코칭(훌륭한 스승) 등 세 가지 법칙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가 완벽하게 작동할 때 엄청난 능력이 발휘됩니다. 이것은 천재 집단이 특정 시대에 몰렸던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1460-1490년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에 천재 예술가들이 몰렸던 비결은 바로 혹독한 도제 시스템인 ‘장인 길드’입니다. 7세 소년들이 5-10년 동안 스승과 함께 살며 기술을 배웠습니다. 물감을 섞고 캔버스를 준비하고 끌을 갈며 그림을 배웠습니다. 계급제도 안에서 협동하고 경쟁했으며 몇 년이 지나면 기능공으로 승격됐다. 충분한 기량을 쌓으면 스승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연쇄적인 멘토링 체계를 만들어냈습니다. 다빈치는 베로키오에게 배웠고, 베로키오는 도나텔로에게 배웠습니다. 또 미켈란젤로는 기를란다요에게 배웠다. 르네상스의 심층 연습체계가 이들의 천재성을 꽃피우도록 한 것입니다.
브라질 축구도 열정과 가난, 기후 덕분에 강해진 게 아닙니다. 1950년대 이전에는 월드컵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공을 다루는 속도를 높이는 특별한 토착 경기 풋살로 훈련하면서 펠레 같은 유능한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브라질 꼬마들이 동네에서 하는 풋살은 빠르고 절도 있는 패스와 끊임없는 움직임이 필요한 운동인데, 이 심층 훈련 덕분에 브라질 선수들은 폭발적인 스피드로 춤추듯 상대 선수를 따돌립니다.
심층 훈련은 수많은 조종사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습니다. 1934년 미국 항공대 조종사들이 겨울 폭풍 속에서 잇달아 추락했습니다. 항공사들의 우편물 배달 가격 담합 음모가 드러나자 항공대에 이 업무를 맡긴 탓입니다. 경험이 많지 않은 항공대 학생들에게 악천우 비행은 무리였습니다. 9명이 죽자 장난감 비행기 같은 ‘링크 트레이너’로 조종 연습을 했습니다. 피아노 기술자 아들인 에드윈 앨버트 링크 주니어가 비행술에 푹 빠져 만들어낸 훈련 장치입니다. 뭉툭하고 튼튼한 날개와 작은 꼬리, 계기판, 전기 모터가 달려 있는 이 기구는 조종에 따라 전후좌우로 실감나게 흔들렸습니다. 조종사가 실수를 하면 앞쪽에 달린 작은 등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안개나 폭풍 속에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계기판에만 의존하는 계기판 비행도 개발했습니다. 반복적인 훈련 덕분에 조종기술이 급격하게 향상됐습니다. 5년 후 2차 세계대전이 터졌을 때 미숙한 젊은이 50만명을 상당히 괜찮은 비행사로 만들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떤 연습을 하고 있습니까? 이 연습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우리의 운명을 가르게 됩니다. 우리 인생에 최고의 연습은 순간순간 ‘경건에 이르는’ 연습입니다. 경건이 우리 몸에 착 달라붙도록 연습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