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나무아래/John

작은 일 하나

꿀밤나무 2012. 5. 27. 20:54

 

사람들이 좋아하는 속담 가운데,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기”란 말이 있습니다. 우연히 행운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과학사를 살펴보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의약품에서는 실험 과정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위대한 발견을 부르기도 합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견 중 하나로 불리는 기적의 물질 페니실린도 실수가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영국의 미생물학자 플레밍은 세균을 관찰하는 실험을 하던 중, 세균 배양기 위에 콧물을 떨어뜨렸습니다. 칠칠치 못한 일이었으니 얼른 치워버렸으면 그만일 텐데, 그는 자신의 실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관찰했습니다. 관찰 결과 콧물이 들어있는 배양기의 세균이 모두 죽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그는 콧물 속에 세균을 죽이는 '리소자임'이라는 물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10여 년 뒤, 플레밍은 실수를 통해 더 놀라운 발견을 합니다. 당시 플레밍은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부스럼의 원인이 되는 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었습니다. 세균을 배양할 때는 배양기의 뚜껑을 잘 닫고, 다른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수로 뚜껑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배양기가 있었고, 그 뚜껑이 열린 사이 푸른곰팡이 포자가 날아와 붙었던 것입니다. 참 신기하게도 곰팡이가 핀 배양기에는 세균이 모두 죽어 있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죽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맞았습니다. 그는 ‘페니실륨 노타튬’이라는 푸른곰팡이가 폐렴균, 탄저균 등의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플레밍은 이 성분을 추출해 '페니실린'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최초의 항생제가 탄생한 것입니다. 플레밍은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1945년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플레밍이 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은 배양기에 딱 알맞은 세균과 곰팡이가 만나 반응을 한 것은 정말 로또 당첨에 맞먹는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항생제는 이런 우연의 결과로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만일 플레밍이 곰팡이가 낀 접시를 그냥 내다 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제품의 부작용이 각광받은 사례는 탈모제에도 있습니다. 탈모치료제인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은 처음엔 전립선 치료제와 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는데 둘 다 머리, 팔, 다리 등에 다모증이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미국 제약회사 MSD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를 사용한 사람에게 다모증이 생기는 점에 착안, 제품에 포함된 피나스테리드 용량을 1mg 줄여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내놓았습니다. 먹는 고혈압 치료제로 혈관확장제였던 미녹시딜은 바르는 탈모 치료제가 되었습니다. 미녹시딜은 남성호르몬과 무관하게 모발을 자라게 하기 때문에 여성 탈모나 원형 탈모증 등 남성 탈모 등 여러 유형의 탈모증에도 널리 쓰여, ‘탈모시장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빨강, 노랑, 분홍, 복숭아색 등 여러 가지 색의 장미꽃이 있지만, 파란색 장미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파란색 장미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지난 2004년 미국 밴더빌트대학의 생화학자 2명은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연구하던 중 박테리아가 파랗게 변하는 모습을 발견했고, 이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장미에 옮겨 넣으면 파란색 장미가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습니다. 실현 여부를 떠나 작은 현상이라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하나의 생각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보는 열린 마음이 낳은 결과입니다.

 

아무리 우연처럼 보이는 불행도 거기엔 ‘필연적인 행운’ 혹은 ‘변장된 축복’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하루 숨막힐 듯 괴로운 험악한 일들 속에도 ‘페니실린’이 감춰져 있고, 파란색 장미도 숨어있습니다. 그것을 찾을 때까지 찾으며, 결코, 결코, 결코, 절망하지 말고 삽시다. 우연한 사건들은 모두 익명으로 남아있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