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편지
오늘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어요.
고요하고 평화로운 저녁시간이네요.
오빠는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까?
저녁은 드셨을까?
날씨가 너무 추워서 가슴에까지 차가운 기운이 엄습하진 않았을까?
하루종일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지냈네요.
버릇처럼... 들여다보곤...
가시기 전에 보내주신 몇 개의 문자를 곱씹고 또..곱씹고.
그 문자 속에 들어 있는 오빠를 내 가슴에 들어 있는 오빠의 움직임을...
하나 하나 꺼내어 들여다보다간 다시 넣고 다시 꺼내어 보고..
오늘 공부방 아이들도 이상하게 가라앉아서 별 말썽도 안 부리고 조용하게...
그렇게 흘러간 시간들이었어요.
봉사 시간 만 시간을 돌파한 유정씨는..
참 열성적으로 일을 해 왔더군요.
나 같으면 어림 없는 일들을 ..
아들을 먼저 보내고 온 세상에 죄인이 되어 살아내었던 날들을 이야기할 때는 그 눈을 쳐다보는 내 눈이 죄스러워지더군요.
아마도..
그녀는 그 많은 일들을 벌이고 쳐내면서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로서의 죄책감을 씻어내었던 것 같아요.
누구든 그녀를 이야기할 때, 억세고 고집스런 여자라고 말을 할거에요.
그런데..
억세고 고집스러운 면이 없었다면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내기가 너무 버거웠을 거란 생각을 해봤어요.
사람은...
참 가여운 존재에요.
오빠한테 전화도 한 통 못하고..
급하게 잘 다녀오시란 말은 했지만...
마음껏 오빠의 활발하고 기운차고 화창한 음성을 마음껏 누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속상했어요.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렇게 얼렁뚱땅 제대로 배웅을 못한 것이 좀 다행한 일이란 생각도 들어요.
바쁘게 정신없이 돌아치다보니 벌써 오빠는 떠나고 안 계시고..
난 핸드폰만 만지작 만지작 ...
그러고 하루를 살았네요.
오빠~~
씩씩하게 감사하면서...즐겁게~~ 일하세요~~
나도 안 계시는 동안 책도 많이 읽고 그리고 공부방 아이들과도 열심히 잘 놀고..
그리고 맡은 일 신나게 할게요.
아쉽지만 첫번째 편지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한동안 누군가에게 메일로 조잘조잘 말하는 거 안 하다보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마치 말을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그렇게 어리둥절하네요.
아마도 내일은 오빠에게 메일 쓰기 위해서도 더 생각하면서 살거에요~~
사랑해요 오빠~
많이~~~~~아시죠?
건강해야 해요~~
뽀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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