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0조투자 ‘실체가 없다’
분양계약 체결… 구체적인 투자계획 ‘無’
삼성, 유럽발 경제위기로 신중한 입장 취해
평택시 전역이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택고덕산단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대부분 지역의 주택,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평택의 부동산 시장은 벌써부터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 본사에서 원유철(새․평택갑) 국회의원, 이재영(새․평택을) 국회의원, 김선기 평택시장, 경기도시공사 이재영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덕산단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이 날 경기도는 약 120만 평 규모의 고덕 산업단지에 태양전지, 의료기기 등을 비롯한 미래신수종사업과 차세대 반도체(P램, 일명 퍼펙트램)램 생산라인 등에 100조원 이상을 투자해 3만명 이상의 고급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약 50만평)의 2.4배에 해당하는 고덕 산단이 조성비용만 약 2조 4천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김 지사는 삼성전자의 입주계약이 향후 국내 경기에 미칠 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덕산단, 구체적인 투자계획 ‘없어’
이번 입주계약 체결로 경기도와 평택시는 벌써부터 샴페인을 터트리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012년 삼성전자의 상반기 매출은 약 94조원. 연간 총 매출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을 평택 삼성전자 고덕산단에 투자한다는 것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단군이래 최대의 산업단지 조성이라는 경기도와 달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번 투자에 침묵하는 분위기다.
100조원이라는 엄청난 투자에 대해 삼성전자가 입을 굳게 다문 이유는 무엇일까? 태양전지, 의료기기 등 미래신수종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경기도의 설명을 뒷받침해줄 구체적인 조성계획은 없었다.
이번에 경기도와 평택시, 경기도시공사가 삼성전자와 고덕산단 부지의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약 120만 평에 달하는 고덕산단에 ‘태양전지 공장을 짓겠다’ ‘반도체 공장을 만들겠다’는 등 활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향후 세계경제의 흐름 등을 통해 부지활용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100조 원 투자라는 점이 경기도에서 예측한 추정치라는 말도 들린다.
경기도 관계자는 “보통 삼성의 반도체라인 하나를 설치하는데 10조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기존에 기 설치된 기흥, 수원, 화성 등의 사업장들을 고덕과 비교해서 추정치를 낸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 분양계약은 단순한 고덕산단 120만평(395만㎡)에 대해 삼성전자에게 약 2조 4000억 원에 부지를 분양한 것이고 이를 근거로 100조원 투자를 예상한 것일뿐”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발목잡는 또 다른 이유?
삼성전자가 고덕산단에 투자한다는 미래신수종사업은 태양전지, 의료기기, 차세대 반도체 등이다.
하지만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시작된 유럽발 경제위기, 세계경기의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 등으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국들이 경제전망이 밝지 않은 상항이다.
특히 중국과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들의 저가공세에 4년동안 태양전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독일의 Q셀즈(Qcells)가 파산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산업 등 친환경 그린사업이) 2000년대 후반 갑자기 성장해 공급 초과 상태로 접어들었다”며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미래신수종사업에 투자하겟다는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는 여러 악재들이 산적해 있어 단기간 내에 고덕산단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2012년 8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