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향 물씬, 감미로운 호주산 '옐로 테일' 1위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들도 한여름에는 미지근한 레드와인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와인에는 레드와인만 있는 게 아니다. 레몬이나 라임의 새콤한 맛과 파인애플이나 오렌지 같은 열대 과일의 달콤한 맛을 지닌 화이트 와인이 있다. 무더위가 본격화되면 와인 시장에서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다. 와인 소매업체 와인나라와 중앙일보는 제29회 와인 컨슈머리포트에서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줄 신대륙의 1만~2만원대 샤르도네 화이트와인 48종을 평가했다. 시음회에 출품된 48종의 와인은 칠레산(27종)이 가장 많았고, 미국(10종)·호주(6종)·아르헨티나(3종) 순이었다. 이 중 1위는 호주산 옐로테일 샤르도네(Yellow Tail, Chardonnay)가 차지했다. 또 미국산 드라이 크릭 샤르도네(Dry Creek, Chardonnay)와 칠레산 알라메다 샤르도네(Alameda, Chardonnay)가 공동 2위에 뽑혔다.
특히 샴페인용으로 잘 알려져 있는 샤르도네는 세계 어디서나 생산되는 가장 인기 있는 화이트와인 품종이다. 따라서 어느 나라의 샤르도네가 더 우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산지인 프랑스 부르고뉴의 경우 풍부한 식감이 도는 샤르도네 샴페인을 생산하는 걸로 유명하다. 또 칠레나 호주 같은 와인 신대륙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는 풍성한 열대 과일향이 강하게 나고 산도도 뛰어나 감칠맛이 도는 게 특징이다. 샤르도네는 오크통에서 숙성기간을 거치면 그 향과 맛이 더욱 깊어져 버터나 견과류향이 더해진다. 거의 모든 음식과 잘 맞지만 살짝 구워낸 생선이나 진한 버터로 구워낸 생선요리와 잘 어울린다. 또 맛이 산뜻하고 정갈해 꼭 흰색 요리만 고집할 필요는 없고 차게 식혀서 매운 찜 요리나 떡볶이 등과 같이 마셔도 청량감과 함께 입안이 깔끔해지는 것을 즐길 수 있다.
이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옐로테일 샤르도네는 호주를 상징하는 노란색 캥거루를 시각화한 레이블로 유명한 와인이다. 호주 남동쪽의 뉴사우스웨일스에서 ‘일정한 맛을 일정한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모토를 내건 카셀라 가문이 6대째 만들고 있다. 그래서인지 옐로테일 브랜드는 생산량의 70%를 비싸지 않은 가격에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하루 200만 잔 넘게 소비되는 대중적인 와인으로 소문나 있다. 황금빛 짚색을 띠는 옐로테일 샤르도네는 상큼한 복숭아과 멜론향이 풍부하고 은은한 오크향이 일품이다. 레스토랑 줄라이의 안인호 소믈리에는 “열대 과일향이 뛰어나고 신선한 산도와 감미로운 맛이 균형을 이룬 매우 매력적인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2위를 차지한 미국의 와이너리인 드라이 크릭은 제24회 컨슈머 리포트에서 메를로(드라이 크릭 메를로)로 1위를 차지한 경력이 있는 와이너리다. 드라이 크릭의 샤르도네는 시트러스향의 첫 맛과 오크통에서 숙성된 멜론향의 뒷맛이 인상적이다. 와인바 하프패스트텐의 양윤주 소믈리에는 “신선한 버터향과 함께 고소한 너트류의 맛이 잘 어우러져 있어 해산물 요리와 함께 마시라고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 2위에 꼽힌 알라메다 샤르도네는 칠레의 뜨거운 태양과 안데스 산맥의 차가운 기운이 만든 합작품이다. 칠레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마이포 밸리에 있는 와이너리인 모란데가 유기농법으로 제조한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와인나라아카데미의 손진호 교수는 “농익은 과일의 아로마가 복합적인 맛을 내고 산도와 당도의 균형이 뛰어나 신선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