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나무아래/John

머리털로도 사랑을

꿀밤나무 2012. 5. 25. 22:34

 

40대의 한 어머니는 “딸이 거울을 보면서 혼자 멍해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가발을 착용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쁩니다”라고 하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소아암에 걸린, 이 어머니의 딸, A양은 ‘날개달기운동본부’를 통해 이름 모를 언니, 오빠들이 기부한 모발로 멋진 가발을 선물 받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소아암 환자들은 전국에 90여명 되는데, 지난 2000년부터 소아암에 걸린 아동들에게 가발을 제작해 나눠주는 ‘사랑의 모발 나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이 단체는 최근까지 1000여명으로부터 모발을 기증받아 왔습니다. 가발 한 개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모발 기부자는 최소 10여명이랍니다. 기부자마다 머리카락 길이와 굵기가 달라 소아암 환자 한 명에게 웃음을 선사해주기 위해선 그의 10배가 넘는 사람들의 모발 기부가 필요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모발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 1년에 한 개 만들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색기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날개달기운동본부의 ‘모발기증’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때부터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의 사무국으로 집에서 직접 가위로 자른 머리카락이 우편으로 하나둘씩 배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캠페인의 아이디어를 처음 냈던 조욱관 사무총장은 “2000년 당시 미국에 출장을 갔다가 거리에서 ‘유방암 환자를 돕기 위한 삭발식’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유방암 환자에게 가발을 만들어 주겠다며 거리에서 시민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이를 기부하는 ‘축제’를 보고 한국에 있는 ‘소아암 환아들에게도 가발을 만들어 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조 사무총장은 가발 제작 회사인 ‘하이모’에 기부 사업을 제안했고, 하이모 측에서도 모발을 모아오면 가발을 공짜로 제작해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모발 기증을 하러 날개달기운동본부를 방문했다가 상근직원이 됐다는 유슬기 씨는 “여러 명이 실천하는 나눔이 하나의 사랑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모발을 기증하겠다고 사무국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보내오는 남자 기증자도 많은데 감동입니다”며 일하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사실 소아암 아동들도 치료가 끝나면 학교도 다시 나가야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하는데 머리카락이 없어서 대인 기피 현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모발기부자가 많았던 것은 소아암 아동들의 그늘진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는 운동본부의 뜻에 동의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모발기증으로 소아암 환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 날개달기운동본부는 지난 1998년 소아암 어린이 한 명을 돕기 위해 모인 의대생 다섯 명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간호학과 학생 25명과 인터넷통신 하이텔 동호회 회원들을 모집해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급여 범위를 넓히기 위해 캠페인 활동과 정책 제안 사업을 꾸준히 벌이는 단체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현재는 온라인 회원 20만명에 정기 후원회원 260명이 넘는 단체로 성장했으며 일산과 대전, 충남, 대구에 사무국을 두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는 유엔에 국제 비정부기구(NGO) 단체로 등록해 캄보디아에 해외 사무국을 두고 어린이 구호활동도 벌이기도 한답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듯이 작은 관심, 작은 기부, 작은 돌봄, 작은 사랑이 절망 속에 있는 이웃의 마음을 밝힙니다. 작은 사랑을 나누지 못할 만큼 가난한 사람도 없고, 작은 사랑을 받지 않아도 좋은 만큼 넉넉한 사람도 없습니다. 사랑의 눈을 들어 주변을 봅시다. 우리의 작은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크고 근사한 것만이 대접을 받는 시대에, 작고 보잘것없어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이웃을 기쁘게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