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 남편 강원도는 한마디로 두루뭉술하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첫 만남 후에 표현하고 싶은 한마디는 있기 마련이다. 왜 두루뭉술하다라고 느끼는지에 대해서 조곤조곤 말하라면 리포트를 쓰는 것만큼 피곤하겠다. 그러나 어느 누가 묻는다 해도 딱 잘라 두루뭉술하다. 이 말보다 더 잘 어울리는 .. 수필/이담 주인석 2012.09.05
실눈 절집을 안방 드나들듯 하는 사람이 있다. 주기적으로 가지 않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절집을 다녀와야만 마음이 놓인다는 N여인은 평생 근심거리를 달고 산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들고 절집을 찾아간다. 그러니 사흘이 멀도록 절집 마당을 밟는 것이다. 그녀는 부처 앞에 꿇어앉는다. .. 수필/이담 주인석 2012.07.15
수의 마음이 서늘해 온다. 여름내 묵혔던 방충망을 뜯어내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매미유충 한 마리가 탈피를 하다 자신의 갑옷에 끼인 채 활처럼 몸을 젖히고 바싹하게 말라 죽어 있다. 때론 목숨이 다한 것을 보는 것보다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 함께 있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수필/이담 주인석 2012.07.15
귀신고래 울산 앞바다에 움직이는 바위가 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 풍문은 이미 신라시대부터 돌았다. 박인량이라는 사람이 어찌나 실감나게 소문을 퍼뜨렸던지 사실 여부를 확인 할 틈도 없이 책에까지 실려 전해져 오고 있다. 그래서 울산 앞바다의 바위에 앉을 때는 먼저 바위를 꼬집어보는.. 수필/이담 주인석 2012.06.21
입담 자매과일집 앞 도로가 제법 깊게 파여 있다. 그 바람에 인도에 자리를 잡았던 과일들이 답답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빼곡 들어찬 과일들이 불만을 표시하듯 머리통을 제각각으로 처박고 있다. "여기 땅을 왜 파나요?" "나를 파묻으려나 봐." 출근길에 과일가게 앞을 지나면서 왜 .. 수필/이담 주인석 2012.06.20
이름 이른 아침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내가 아침잠이 많다는 것을 가까운 사람들은 다 안다. 어지간히 깨워도 안 일어나거나 일어나면 짜증을 먼저 낸다. 그러니 이른 아침 내 잠을 깨운다는 것은 제법 간이 커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경아, 자나? 이번에는 너도 와야겠다.” 내 잠을 깨운 것을.. 수필/이담 주인석 2012.06.19
따개비 망망대해에 고래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바다의 수많은 생물 중에 무엇으로 보나 고래가 으뜸이다. 국경도 뭉개고 다닐만한 권세와 입만 열면 약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한꺼번에 끌어 담을 수 있는 식욕과 무서울 것 없는 덩치까지 가졌으니 과연 으뜸이라 할 만하다.. 수필/이담 주인석 2012.06.18
이담서숙-김주영(울산신문) 작업실.사랑방.아이디어 충전소 - 주인 성품 닮은 다재다능한 공간 어떤 사람이든 사람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법이겠지만 유독 어떤 사람들에게서는 그만의 향기가 풍겨 나올 때가 있다. 주인석 수필가를 처음 만난 날, 나는 그가 꽃을 닮은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몇 시간 동.. 수필/이담 주인석 2012.06.17
일곱살에 만난 엄마 "손수건을 꼭 가져오세요." 선생님은 준비물로 손수건을 가져 오라고 하셨다. 우리 반 친구 72명은 책상 위에 손수건을 올려 놓고 선생님의 입만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교탁 앞 의자에 앉으셨다. 우리는 '와'하고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선생님이 의자에 앉는 날은 우리들에게 그림동화를 .. 수필/이담 주인석 201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