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나무아래/SCRAP

견딜수 없는것 - 박경리

꿀밤나무 2012. 12. 8. 22:45

단구동에 이사온 후

쐐기에 쏘여

팔이 통통 부은 적이 있었고

돌 틈의 땡삐,

팔작팔작 나를 뛰게 한 적도 있었고

향나무 속의 말벌 때매

얼굴 반쪽 엉망이 된 적이 있었고

 

뿐이랴

아카시아 두릅 찔레도

각기 독을 뿜으며

나를 찔러댔다

 

뿐이랴

베어놓은 대추나무

끌고 가다가

종아리 부딪쳐 피투성이 되던 날

오냐,

너가 나에게 앙갚음을 하는구나

아픔을 그렇게 달래었지만

 

차마 견딜 수 없는 것은

나보다 못산다 하여

나보다 잘산다 하여

나보다 잘났다 하여

나보다 못났다 하여

 

검이 되고 화살이 되는

그 쾌락의 눈동자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