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나무아래/SCRAP

어느 노부부

꿀밤나무 2013. 5. 23. 09:31

 

 

몇 십년을 함께 살아온 어느 노부부가 있었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부부싸움도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이들 노부부 역시 사소한 것에서부터 부부싸움이 시작되어서 마침내 이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이들 노부부를 위해서 '치킨'을 한 마리 주문했다.
담당 변호사는 나름 생각하기를 아무리 이혼을 결심하기로 했더라도 치킨을 먹으면서 두 분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윽고 '치킨'이 도착했다.
변호사가 말하기를 "제일 맛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상대방에게 주세요."
할아버지가 닭 날개를 뜯어서 할머니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본 할머니가 성질을 내면서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몇 십년을 같이 살아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주지 않고 먹지도 못하는 닭 날개를 주더니만 헤어지는 이 마당까지 닭 날개를 나에게 줘요? 나는 닭 다리를 좋아한단 말이에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말했다.
"뭔 소리를 그렇게 해? 나는 닭 날개를 제일 좋아한단 말이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닭 날개를 내가 먹지 않고 할멈을 줬는데 뭔 소리를 그렇게 해?"
노부부는 닭 고기를 맛보지도 못하고 그자리에서 헤어졌다.
그날 밤 할아버지는 누워서 곰곰히 생각했다.
'할멈이 닭 다리를 그렇게 좋아했구먼. 내가 여태껏 살면서 왜 그걸 몰랐을까?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오해는 풀어줘야겠다."라고 생각하고는 휴대폰으로 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할머니가 전화기 화면을 보았다. 발신자 : 평생웬쑤
할머니는 발신자를 보고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뒤에 또다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발신자 : 평생웬쑤 할머니는 또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벨 소리가 몇 번이나 길게 울리더니만 전화벨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런 일을 있은 후 할머니도 누워서 곰곰히 생각을 했다.
'영감이 제일 좋아하는 닭 날개를 영감이 먹지 않고 내게 주었다는데, 나는 왜 영감이 닭 날개를 좋아하는 것을 몰랐을까? 이왕 헤어지는 마당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오해나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튿날이 되었다.
할머니의 전화벨 소리가 또 울렸다.
발신자를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이다.
할머니가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제 밤에 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부랴부랴 할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갔다.
할아버지는 손에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다.
휴대폰을 보니 문자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수신자는 할머니였고, 그 내용은
"할멈, 미안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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