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에스메랄다

여천천의 물비늘

꿀밤나무 2012. 4. 26. 20:25

 

베란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여천천 잔물결 위로 반짝반짝 물비늘을 만들어줘요. 오빠가 계시는 그곳에도 제가 보는 햇살이 비추겠지요? 새벽에 도착해서 아침나절은 무척 분주복잡하겠네요...

 

저는 오늘 아침 늘어지게 늦잠을 잤답니다. 그냥 일어나기 싫어서 조금 게으름을 피웠어요. 오빠가 계셨더라면... 이불 속에서 좀 더 게으름을 피우면서 징징대는 소리나 문자로 마음과 영혼에 사랑을 가득채운 다음 일어날텐데.. 오늘은 아무리 누워서 개겨도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없네요.

 

어제 오빠랑 대화하고(아~~ 정말 꿈 같았어요. 오빠의 호흡을 듣게 될 줄이야) 나서  그 여운을 흘려버리기가 아까워서  글 쓰는 것 포기하고 책 한 권 들고 침대로 들어갔답니다. 행복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어요. 그동안 모자랐던 잠을 모처럼 푹 채워넣었네요.

 

아침에 일어나 원고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더니... 거기에 오빠의 숨결이 또 머물러 있군요. 아~~ 난 왜 이렇게 눈만 뜨면 행복한 일만 일어날까요. 마치 곁에서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며 속삭이는 듯 오빠의 목소리가 아주 가깝게 느껴졌어요. (실제로 오빠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시면서 부끄러워 저하고 눈도 못 맞추고 너스레를 떠시는데..참...문자는 좋아.)ㅋㅋ

 

난 요즘 아무런 의미 없는 어휘와 문자의 조합이 이렇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줄 때 깜짝깜짝 놀라게 느끼곤 한답니다.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글자의 조함...그 문자의 조합은 상대방을 지극히 사랑할 때 비로소 에너지를 얻어서 생명활동을 시작하는 것 같아요. 청암마님 사랑한다. 청암아 사랑해.  이 말이 이렇게 가슴을 울리고 떨림이 있는 말인지 몰랐어요. 오빠가 조합한 문자를 따라가다보면 난 어느새 이 세상에서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그런 사랑을 받는 사람이란 자존감이 마음 가득 퍼져요.

 

제가 오빠 글을 읽고 이렇게 가슴 벅찬 사랑을 느끼듯이 오빠도 제 글을 읽고 그런 마음이었으면 정말 좋겠네요. ㅎㅎㅎ 난 왜 확신이 이리 들까? (오빠도 그럴 것이라는..)  한 호흡, 한 호흡 조금씩 띄어가며 느릿 느릿 제 마음을 이어가고 있는 것 느끼세요?  너무 빨리 나가서 이 감정이 흘러가 버릴까봐...너무 늦게 가서 이 감정을 놓쳐버릴까봐...  이렇게 조심 조심 사랑하는 감정을 붙잡고 느끼고 이어가고 있답니다.

 

하루종일 조잘거려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마음 속에 할 말이 오글오글 거리지만 여기서 이만 맺을게요.

오늘 아침 햇살만큼 따사롭고 눈부신 마음으로 살아갈게요. 물론... 오빠도 그러셔야죠. 삶의 현장에서 이리 저리 뛰는 오빠의 모습이 무척 안스럽지만... 남자는 아무래도 전쟁터에서 뛰는 모습이 가장 멋져요. 하나님께서 오빠에게 주신 에너지를 다 소진할 때까지... 힘차게 그리고 즐기면서 (게임을 즐기듯이) 오늘 하루 이기세요~~ 오빠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나 여건이 있다면 일단 저한테 이르세요.

제가 가서 혼내주진 못하지만 하나님께 이를게요~~ 히힣

오빠~~~~~~~~

화이팅~!!!

 

따사롭고 환한 햇살을 오빠와 같이 쬐고 있다는 생각으로 아침이 기쁜 울산에서 청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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