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엘 갔어.
보리밥 한 덩이, 된장에 풋고추 마늘을 배보자기에 싸서...
뜨거운 햇볕 아래서 도끼질을 하던 나무꾼은 심한 시장기를 느껴서
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배보자기를 폈지.
나뭇가지로 만든 젖가락으로 보리밥 한 덩일 집어서 입으로 넣으려는 순간...
빠안히~~자기 턱밑에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쳐다보는 개구리를 본거야.
나무꾼은 자기 입으로 가져가던 보리밥 덩이를 개구리에게 내밀며...
"배고프나? 먹을래?"
이렇게 말을 걸었어. 나무꾼은 마치 개구리가 자기 말을 알아들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거야.
"응, 배고파, 밥줘"
헐...
개구리가 말을 하다니...
신기하게 여긴 나무꾼은 개구리에게 밥을 주었지.
"싱겁지? 반찬 줄까?"
"싱겁다. 반찬줘"
고추에 된장을 찍어 줬더니 개구리가 낼름...
너희들도 신기하지? 그러니 나무꾼은 얼마나 신기하게 여겼겠어.
맛있게 먹는 개구릴 보면서...
다시...
"더 줄까?"
"더줘"
"반찬도?"
"응"
나무꾼은 자기 먹을 것을 모두 개구리에게 주고 말았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말하는 개구리와 놀던 나무꾼은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더럭 겁이 나기 시작한거야.
세상에 말하는 개구리라니...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거야.
그렇게 밀어닥친 두려움은 나무꾼의 전신을 흔들고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어.
그래서 나무꾼은 지게를 챙길 겨를도 없이 몇 걸음 뒷걸음질을 쳤지.
아...그런데 이넘의 개구리가 나무꾼을 따라오네..
다리가 후들후들...
오줌이 질금질금...
땀이 삐질삐질...
나무꾼은 좀 더 빠른 걸음으로 걸었어.
그러자 개구리도 좀더 빠른 걸음으로 팔짝팔짝 자신을 따라오니..
나무꾼은 온 몸과 정신을 얼어붙게 하는 두려움과 무섬증 때문에 혼비백산...
걸음아 날 살려라~~뛰기 시작했지. 온 힘을 다해서...
그런데 개구리도 온 힘을 다해서 따라오는 거야.
팔짝 팔짝~~
그렇게 달아나던 나무꾼의 눈에 상가에서 내건 초롱이 눈에 띄는거야.
그 마을은 한 삼 사십호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상을 당한 집은 그 마을에서 꽤 규모가 큰 대가였지. 상가에 문상객도 많았어.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나무꾼은 얼른 그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 틈으로 끼어들어갔어.
나무꾼을 따라 들어왔던 그 개구리도 문턱에 들어서더니 두리번 거리는거야.
아~~ 무사히 따돌렸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나무꾼은 그 끔찍하지만 신기한 일을 사람들에게 말도 못했어.
왜냐하면 생각도 하기 싫을만큼 두려운 경험이었거든...
물론...그 산에 지게를 찾으러 갈 생각도 안 했지.
그렇게...
세월은 흘러...
그 경험은 그 나무꾼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듯했어.
그렇게....
한 십 년이 흘렀나봐.
나무꾼은 이제 며느리도 보고 손자도 보고... 좀 한가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지.
어느날 문득 나무꾼은 그 때 그 일이 생각난거야.
그리곤 그 두려웠던 감정은 희미하고...호기심이 일어난거야.
내가 경험했던 일이 사실이었을까... 꿈을 꾼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지 뭐야.
그래서 ...
그 자리에 다시 가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어.
보리밥 한 덩어리를 배보자기에 싸서..
한 참을 가다가...나무꾼은 예전...그 상가가 있던 마을에 이르렀어.
그런데...이상한거야. 분명 그 마을이 맞는데...
예전엔 제법 따사롭게 느껴졌던 그 마을이 휑하니...잡초만 우거진 들녘으로 변해 있었어.
자기가 잘못 알고 있었나...하고 이리 저리 헤메던 나무꾼은 여러 가지 살림도구라거나
무너져 퇴락한 집들의 잔해로보아 자신이 그날 밤에 보았던 집이 틀림없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지.
그런데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거지?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
사람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살펴봤어.
그런데...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감나무 앞에 놓여진 평상에 삭아서 곧 쓰러질 것 같은
초라한 노인네가 앉아서 이를 잡고 있는거야.
반가운 마음에 나무꾼은 달려가서..인사를 했어.
물끄러미 나무꾼을 쳐다보는 이 노인네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어.
그러나 인기척을 느낀 노인이 나무꾼을 쳐다보는데 눈빛에 푸른 섬광이...
나무꾼은 약간 겁이 나긴 했지만 노인네 옆에 앉아서 말을 걸었어.
한 십 여년 전에 이 마을을 지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때는 꽤 큰 마을이었는데...왜 이렇게 되었나..
그리고.. 자신이 십 여년 전에 경험한 일을 말하고... 그 때 상가에 말하는 개구리가 나타난 적이 없었는가?
하고 물었지.
이 노인네가... 그런 일이 있었노라고... 말하는 개구리가 나타나서 사람들이 많이 신기해 했었다고...
나무꾼이 그런데 마을이 왜 이렇게 폐허가 되었냐는 물음에...노인네가 하는 말이...
.
.
.
.
"내가 잡아 먹었지"
헉~!
그리고는...
나무꾼의 멱살을 잡는데...그 완력이 도저히 노인의 힘이라고는 할 수 없는거야.
"너를 갈기갈기 찢어서 발겨 먹을거야. 내가 너를 얼마나 기다렸는줄 알아?
네가 그렇게 나를 피해 도망가고..내 원한이 하늘에 사무쳐서 이 마을 사람들을 다 잡아먹었지.
오늘에야 난 내 원한을 갚는거야."
나무꾼은 너무 억울했어. 왜...개구리가 자신에게 그렇게 원한을 가졌는지...
왜 자기로 인해 한 마을을 폐허로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
"잠깐만...나를 잡아 먹어도 좋은데...내가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이오.
당신에게 내가 먹을 밥을 나눠주고 함께 놀아주기도 했는데...
내가 뭔 악한 일을 했다고 당신이 나에게 이러는거요. 그 이유나 좀 알고 죽읍시다."
개구리가 말했어.
........
개구리의 말을 듣던 나무꾼은 개구리의 말에 수긍이 갔어.
그리고 고요히 자신의 운명을 기다렸대.
왜....
개구리는 이 나무꾼에게 원한을 가지게 되었을까?
마을 하나를 폐허로 만들만큼 개구리가 가진 원한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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