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라, 맞다카이" "스승이란 없다" 충격적인 이 말은 필자의 스승께서 하신 말씀이다.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사후관리에다 인격 보시까지 할 줄 알야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스승으로 불리기보다 강의 기술자라고 불리는 것이 더 마음 편하다고 했다. 스승.. 수필/이담 주인석 2012.06.15
수염 씨 없는 싹이며 거꾸로 자라는 줄기다. 여느 생물과는 달리 굴광성이 작용하지 않는다. 씨앗이 없어도 멸종하지 않는다. 아무리 오래 길러도 꽃이 피거나 열매 맺지 않는 줄기다. 필요성은 없으나 세대를 이어 유전되어 내려오고 퇴화되지도 않는다. 성숙한 남자의 뺨이나 턱에 자리를 잡.. 수필/이담 주인석 2012.05.11
벼와 피 처서가 지나면 논에는 벼보다 피가 더 신이 나 있다. 밥을 먹고 나가보면 한 뼘씩 자라 있을 정도로 피는 성질이 급하다. 벼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서 벼가 익을 쯤에 피는 종족번식을 끝낸다. 그래서 열매가 익기 전에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현실을 반영이라.. 수필/이담 주인석 2012.05.10
꽃살문 내소사 꽃살문 꽃이라고 해서 다 물만 먹고 피는 것은 아니다. 향이 특별히 좋거나 자태가 고운 꽃은 사람의 손에 보호를 받으며 물을 먹고 꽃을 피운다. 과잉보호 탓인지 그런 꽃은 곱게 피지만 길지 않은 시간에 떨어진다. 그러나 물 한 방울 먹지 않고도 천년을 하루 같이 피어 있는 꽃.. 수필/이담 주인석 2012.05.09
고봉밥 동네 어귀에 사는 효근 오빠가 담벼락에 붙어서 우리 집을 기웃거린다. 오빠네 엄마가 우리 집 부엌에 있는 날이면 오빠는 대문으로 고개를 넣었다 뺐다 한다. 엄마는 오빠네 엄마를 향난네라고 불렀다. 향난네하고 부르면 엄마 입에서 정말 향이 나는 것 같았다. 농사일이 바빠지면 엄마.. 수필/이담 주인석 2012.05.08
"내겐 너무 낯선 요즘 유행가" [주인석 TV에세이] 일요일 늦은 오후, 여름방학 특집이라면서 '생방송 SBS 인기가요' 가 두시간 가까이 방송됐다. 나는 생애 첫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 그리고 예비 유치원생인 둘째 아들과 놀아주느라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그 특집은 분명 나 같은 '아버지'가 아니.. 수필/이담 주인석 2012.05.07
뜻밖 내게는 오랫동안 버릇이 든 즐거움이 있다. 계절이 바뀌거나 외출할 때 겉옷을 바꿔 입으며 느끼는 행복 중에 하나가 그것이다. 옷매무새를 잡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뭔가 잡히는 것이 있으면 기쁘고 그렇지 않으면 허전하다. 손에 잡히는 것을 주머니에서 끄집어 내기 전 그것을 .. 수필/이담 주인석 2012.05.01
저당잡힌 미래 참 별일이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바쁘게 빠져나가는 데도 나날이 즐겁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십억도 넘는 돈을 수년째 통장에 찍힌 숫자로만 구경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천국이라고 하니 이런 경우를 두고 무소유의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지 비우는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수필/이담 주인석 2012.05.01
출장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면 종 모양이다. 사람의 삶은 크게 육체적인 삶과 정신적인 삶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관찰해 보면 처음엔 서서히 올라가다가 어느 정점을 기준으로 평편해졌다가 다시 서서히 하강하는 곡선 그래프다. 우리의 삶이 정점에 도달 했을 때는 종의 추처럼 여기.. 수필/이담 주인석 2012.04.29
유리와 거울 어떤 사물을 보고 사람 같은 구석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상하게도 그 사물에 푹 빠진다. 사람에 대해 알고 싶으면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지혜를 터득하면 될 일이다. 사물을 통찰하여 사람과 연관 지어 보면 그 성질과 성격이 모두 칭찬할 만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낱낱이 .. 수필/이담 주인석 2012.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