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에스메랄다

슬퍼할 권리를 되찾고 싶어.

꿀밤나무 2012. 7. 30. 19:14

잔잔하게 눈물 흘릴 권리 하며, 많은 위로를 받으며 흐느껴 울 권리, 핑핑 코를 풀어대며 통곡할 권리. 지나친 욕심일까? 그러나 울어 보지 못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한 번도 소리내어 울지 못하고 아니야 울고 싶은 마음조차 먹지 못하고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마련하여 눈물나는 영화를 보러 가서는 남의 슬픔을 빙자하여 실컷 실컷 울고 오는 추석날의 기쁨. 고작 남의 울음에 위탁한 울음. 하도 오래 살았더니 울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그러니 누가 나를 좀 안아 다오. 그 가슴을 가리개 삼아 남의 눈물을 숨기고 죽은 듯이 좀 울어 보게.

웃음보다 때로는 눈물이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더 크다고 하더라.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우리에게 주는 효과가 카타르시스라고 했대. '시학'에서.. 비극의 절정에 이르러 인간은 극도의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데 그 때 인간의 감정찌꺼기가 청소가 된다나. 나이가 들어가면 우린 눈물을 잃어버리고 사는 거 같아. 웃음은 참 많이 나오는데.. 헛웃음, 어이없어서 웃는 웃음, 씁쓸한 웃음도 있지만 웃으려고 작정만 하면 우린 언제나 웃을 수 있어. 마음이 무너져서.. 손가락 하나 까닥일 힘이 없어도. 가슴에 슬픔이 가득해도.. 우린 웃을 수 있는데.. 우는 건 작정을 해도 잘 안 되더라. 우린 너무 울음을 자제하고 살아서 그런가봐. 위의 시에서 울을 권리라고 하잖아. 어머니여서.. 특히 아버지여서 잃어버렸던 눈물.. 이젠 울 핑게 찾아서 좀 울자.. 그래서 가슴에 응어리를 좀 풀어보는 건 어때? 희안하게 가벼워지더라. 울고나면..

나?

난.. 양파 까면서 울어 아무도 없을 때..일부러.. 씨~~ 양파가 왜 이리 매운거야~~하면서..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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